[스포츠투데이 신서영 기자] 한국 스노보드 대표팀의 맏형 김상겸이 네 번째 도전 끝에 마침대 올림픽 시상대에 섰다.
김상겸은 8일(한국시각) 이탈리아 리비뇨의 리비뇨 스노 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 결승에서 벤야민 카를(오스트리아)보다 0.19초 늦게 결승선을 통과하며 은메달을 차지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깜짝' 메달이었다. 김상겸은 2014년 소치 대회에서 17위로 예선 탈락했고, 2018년 평창 대회에선 15위로 토너먼트에 올랐지만 16강에서 고배를 마셨다. 2022년 베이징 대회에서도 24위에 그쳤다. 번번이 아쉬움을 삼켜야 했던 그는 네 번째 올림픽 무대에서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이번 은메달은 한국 선수단의 대회 첫 메달이기도 하다. 한국 스노보드로서는 2018년 평창 대회에서 나온 이상호의 은메달 이후 8년 만에 추가한 두 번째 올림픽 메달이다.
당초 한국의 가장 유력한 메달 후보는 '배추보이' 이상호였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한국 설상 종목 사상 첫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이름을 남긴 그는 이번 대회 직전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월드컵에서도 정상에 오르며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그러나 16강에서 오스트리아의 백전노장 안드레아스 프로메거에게 0.17초 차로 밀리며 아쉽게 탈락했다.
한국 선수 중 홀로 8강에 오른 김상겸은 강자들을 차례로 제압하며 주인공으로 올라섰다. 예선에서 1·2차 시기 합계 1분27초18로 8위에 올라 16강에 진출한 그는 토너먼트에서 연이어 이변을 만들어냈다. 16강에서는 잔 코시르(슬로베니아)를 꺾고 8강에 올랐다. 코시르가 경기 도중 넘어지며 레이스를 제대로 마치지 못한 행운도 따랐다.
8강에서는 예선 전체 1위이자 개최국 이탈리아의 강력한 우승 후보인 로날드 피슈날러를 상대로 침착한 레이스를 펼쳤다. 피슈날러가 막판 코스를 이탈하면서 김상겸이 준결승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어진 4강에서는 불가리아의 테르벨 잠피로프를 0.23초 차로 따돌리며 결승에 오르는 반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김상겸은 결승에서 0.19초 차로 밀리며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생애 첫 올림픽 메달이자, 긴 도전 끝에서 얻은 값진 결실이었다.
어린 시절 천식으로 고생했던 김상겸은 부모님의 권유로 운동을 시작했다. 그는 중학교 때 학교에 스노보드부가 생기면서 본격적으로 보드를 잡았고, 빠르게 두각을 나타냈다. 2011년 에르주룸 동계 유니버시아드 평행대회전에서 우승하며 한국인 최초로 국제대회 스노보드 금메달을 따냈고,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는 한국 선수 최초로 이 종목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올림픽과는 좀처럼 인연이 닿지 않았다. 2014년 소치부터 2022년 베이징까지 세 차례 도전에서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절치부심한 김상겸은 37세의 나이로 네 번째 올림픽에 나섰지만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후배 이상호에게 향했다. 그럼에도 묵묵히 준비해온 그는 3전 4기 끝에 마침내 시상대에 올랐다.
또한 김상겸은 한국 올림픽 역사에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그는 동·하계를 통틀어 한국 올림픽 역사상 400번째(하계 320개·동계 80개) 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한국은 1948 런던 하계올림픽에서 역도 김성집이 동메달을 획득한 이후 이날까지 금 142개, 은 131개, 동 127개 등 총 400개의 메달을 쌓았다.
한국의 첫 올림픽 금메달은 1976 몬트리올 하계올림픽에서 탄생했다. 레슬링 자유형 62kg급에 출전한 양정모가 정상에 오르며 새 역사를 썼다. 동계에서는 1992년 알베르빌 대회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에서 김윤만이 은메달을 따냈고, 같은 대회 쇼트트랙 남자 1000m에서 김기훈이 사상 첫 동계 금메달을 안겼다.
이후 한국은 꾸준히 메달을 쌓으며 스포츠 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팀 추월 은메달로 통산 300번째 메달을 기록한 데 이어, 12년 만에 400번째 메달 고지에 올랐다. 김상겸 역시 한국 올림픽 역사의 한 페이지에 이름을 남기게 됐다.
[스포츠투데이 신서영 기자 sports@stoo.com] 「가장 가까이 만나는, 가장 FunFun 한 뉴스 ⓒ 스포츠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