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신서영 기자]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이 23일(한국시각) 이탈리아 베로나 아레나에서 열리는 폐회식을 끝으로 17일간의 열전을 마무리했다.
이번 대회에는 전 세계 90여 개국, 2900여 명의 선수단이 참가해 8개 종목, 16개 세부 종목에서 총 116개의 금메달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특히 이번 올림픽은 동·하계 올림픽 통틀어 사상 최초로 두 곳의 지명이 대회 명칭에 들어가 남다른 의미를 가졌다. 경기장을 배치한 큰 클러스터만 밀라노, 코르티나담페초, 발텔리나·보르미오, 발디피엠에로 4개에 달했고, 선수촌도 6곳으로 나뉘었다. 개회식 역시 여러 도시에서 동시에 진행되며 역대급 규모의 분산 개최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대회는 지속 가능성을 목표로 삼아 기존 경기장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했다. 분산 개최를 통해 비용과 환경 문제를 줄이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장점만 있는 건 아니었다. 경기장 간 거리가 최대 수백km에 달해 이동 문제가 불거졌고, 폭설 등 기후 문제로 경기 일정이 연기되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올림픽 특유의 축제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는 여론도 많았다.
감동의 이면에는 허술한 운영과 크고 작은 사건들이 끊이지 않았다. 경기장 공사가 개막 직전가지 완료되지 않은 것을 시작으로 정전 사태, 오심, 태극기 문제까지. 메달 경쟁 못지않게 뜨거웠던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의 사건·사고를 되짚어봤다.
이번 대회는 개회식 전부터 삐걱댔다. 개막을 일주일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까지 일부 경기장이 완공되지 않아 정상 개최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밀라노에 새롭게 지어진 산타줄리아 아이스하키 아레나는 첫 경기가 열리기 이틀 전까지 공사가 한창이었고, 링크도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규격보다 1m가량 짧아 논란이 됐다.
준비 미비에 대한 우려는 현실이 됐다. 공식 개막에 앞서 열린 컬링 믹스더블 라운드로빈 한국과 스웨덴의 1차전 도중 경기장에 갑작스러운 정전이 발생했다. 1엔드가 진행되던 중 갑자기 경기장이 어두워지고 전광판도 꺼지면서 경기가 중단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한국과 스웨덴을 비롯해 영국-노르웨이, 캐나다-체코, 에스토니아-스위스 선수들은 일제히 경기를 멈췄고 결국 약 10분이 지난 뒤에야 경기가 재개됐다.
이날 경기에서는 오심 논란도 불거졌다. 한국의 김선영-정영석 조는 6엔드 3-10으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막판 역전을 노렸다. 그러나 선수들이 기권을 선언하기도 전에 심판이 먼저 경기 종료를 지시하는 오심을 범했다. 컬링은 점수 차가 벌어지더라도 선수가 먼저 기권을 선언해야 경기가 종료되는데 심판이 이를 착각해 경기를 끝내야 한다고 선수 측에 제안한 것. 점수는 7점 차까지 벌어진 상황이었지만 한국은 추격 기회조차 박탈당했다. 대회 첫 경기부터 정전과 오심이 겹치며 운영 미흡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대회 기간 한국 팬들의 분노를 가장 크게 산 사건은 단연 태극기 사태였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지난 19일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금메달) 시상식에서 중앙 태극 문양의 각도가 시계 반대 방향으로 기울어진 잘못된 태극기를 게양했다.
문제는 이게 처음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해당 태극기는 13일 쇼트트랙 남자 1000m(임종언 동메달), 15일 쇼트트랙 남자 1500m(황대헌 은메달), 16일 쇼트트랙 여자 1000m(김길리 동메달)에서도 사용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대한체육회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조직위에 공식 항의를 한 후에야 정상적인 태극기로 교체됐지만 대회 운영의 기본인 '국기 예우'조차 지켜지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선수들의 컨디션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선수촌에서도 잡음이 생겼다. 올림픽 선수촌에서 노로바이러스가 확산되며 일부 경기 일정이 연기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핀란드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에서 노로바이러스가 발생해 13명이 격리됐고 캐나다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도 미뤄졌다. 이어 스위스 여자 아이스하키에서도 선수 한 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예방 차원에서 선수단 전원이 격리 조치됐다. 노로바이러스는 전파 속도가 매우 빨라 밀폐된 숙소와 공동 시설을 이용하는 국제 대회에서 집단 감염 위험이 높다.
정치적 갈등의 여파는 올림픽 기간 중에도 이어졌다. 개막 전 미국이 보안을 위해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을 대회 기간 동안 배치할 것이라는 소식이 나와 크게 논란이 됐다. 해당 소식이 알려지자 현지에서는 시위가 펼쳐졌고, 개회식 현장에 참석한 JD 밴스 미국 대통령은 관중들의 야유를 받기도 했다. 이탈리아 정치권에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졌고 미국 측은 ICE 요원들이 순찰이나 집행 활동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경기장 밖의 전쟁도 올림픽 안으로 파고들었다. 우크라이나의 스켈레톤 선수 블라디슬라프 헤라스케비치는 러시아의 침공으로 희생된 자국 스포츠 선수들의 얼굴이 새겨진 헬멧을 쓰고 연습 주행에 나섰다. 그러나 IOC는 이 헬멧이 올림픽 헌장 제50조 2항 '어떠한 종류의 시위나 정치적, 종교적, 인종적 선전도 올림픽 경기장, 시설 또는 기타 지역에서 허용되지 않는다'는 규정을 위반했다며 착용을 금지했다. 대신 검은색 추모 완장을 허용하겠다는 대안을 제시했으나, 헤라스케비치는 이를 거부하며 헬멧 착용을 강행했다. 결국 IOC는 그를 실격 처리했고, 이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여졌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헤라스케비치에게 자유 훈장을 수여하며 그의 행동에 지지를 보냈다.
아찔한 사고도 빠지지 않았다. '스키 여제' 린지 본(미국)은 8일 알파인 스키 여자 활강 경기에서 넘어져 복합 골절상을 입었다. 이날 본은 경기 시작 13초 만에 기문에 부딪친 뒤 넘어져 설원에 굴렀고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 의료진이 투입되고 닥터 헬기가 출동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으며 그는 이탈리아에서만 네 번, 미국 이동 후까지 총 다섯 번의 수술을 받아야 했다. 사실상 은퇴 가능성이 거론될 만큼 큰 부상이었지만 본은 SNS를 통해 "언젠가 다시 산 정상에 서게 될 순간을 기대하고 있다"며 강한 복귀 의지를 밝혔다.
남자 봅슬레이 경기에서는 하루에만 두 건의 전복 사고가 발생했다. 21일 진행된 봅슬레이 4인승 경기 도중 오스트리아팀의 썰매가 커브를 지나는 과정에서 왼쪽으로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썰매는 뒤집힌 채로 20여 초를 달리다 역주행하며 결승선을 통과하지 못했고, 파일럿 야코브 만들바우어는 들것에 실려 경기장을 떠났다. 경기는 20분 가량 지연된 뒤 재개됐다. 그러나 이후 프랑스팀도 경기 초반 썰매가 전복되는 사고를 당했다. 다행히 프랑스 선수들은 스스로 트랙을 걸어서 빠져나오며 큰 부상을 면했지만 연속 전복 사고에 안전 문제에 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은 사상 최초의 분산 개최를 통해 올림픽의 지속 가능성을 내세웠지만 경기 운영과 안전 측면에서는 논란을 남긴 채 막을 내렸다.
[스포츠투데이 신서영 기자 sports@stoo.com] 「가장 가까이 만나는, 가장 FunFun 한 뉴스 ⓒ 스포츠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