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평범함은 곧 강력한 무기가 된다. 어떤 캐릭터든 자신만의 온기를 불어넣어 감동을 안기는 염혜란의 이야기다.
영화 '매드 댄스 오피스'(감독 조현진·제작 컨텐츠 크리에이티브 그룹 문)는 24시간 완벽하게 살아오던 공무원 국희(염혜란)가 조금 망해버린 인생 앞에서 플라멩코 스텝을 밟으며 몰랐던 희망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극중 염혜란은 24시간 빈틈없는 삶을 살아왔지만 한순간에 흔들리게 된 구청 과장 국희 역을 맡았다. 결혼 1년 만에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딸을 키워낸 워킹맘의 현실적인 모습을 열연했다.
염혜란은 "플라멩코를 해야 해서 어렵겠다고 생각했지만, 제가 이런 영화를 좋아한다. 해방감이나 즐거움이 있을 것 같아 잘 만드면 재밌겠다 싶어 참여하고 싶었다"며 "요즘 여성 서사가 많아졌지만, 제가 제안받았던 작품들은 대부분 세거나 장르적인 인물이었다. 평범한 여자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모든 여자가 킬러고 능력자일 수는 없지 않나"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맡은 국희 역에 대해 "저는 완벽주의는 아니다. 지시하는 걸 어려워하는 사람이라 힘들긴 했는데, 연기를 하면할수록 공감되는 고민들이 있었다. 어느 정도의 성취도 있고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일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 사고방식이 다른 후배와 일하고 꼰대 같은 상사도 만나며 갖는 고민들에 대해 공감을 했다"고 얘기했다. 특히 플라멩코가 영화와 국희를 표현하는데 중요했다며 "단기간에 되는 춤이 아니라고 들었지만, 진짜 어려운 춤이더라. 플라멩코를 배우시는 분들과 만나서 얘기를 하면 '이게 버티는 힘'이라고 말하시기도 하시더라. 해방감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고 밝혔다.
"플라멩코를 보면 정말 해방감이 느껴지더라고요. 굽소리를 듣는데 마음 안에서 요동쳤어요. 왜 영혼의 춤인지 알겠구나, 나의 아픔과 한을 쏟아내는 춤이구나라는 것을 보면서 느꼈어요".
플라멩코는 완벽주의 국희가 유일하게 해방감을 느끼는 탈출구로 표현됐다. 여러 춤 장면 중 극중 사무실에서 혼자 추는 장면을 가장 공들였다고 한다. 염혜란은 "감독님이 일찍부터 해당 장면의 음악을 만들어 주셔서 연습을 했다. 이 춤을 통해서 뭐가 보여야 하는지, 국희의 어떤 면을 보여야 하는지, 동작이지만 이 춤을 추면서 어떤 것들을 다 박살내고 싶고 해방감을 느끼는지 전부 표현돼야 했다. 고통만 표현하려고 했는데, 해방감도 표현해야 해 많이 공들여서 찍었다. 조명의 변화까지 굉장히 공들였다"고 말했다.
"연경아 어떻게 추든 플라멩코야"라는 대사도 그에게 울림을 줬다고. 염혜란은 "주제를 함축한 대사라 힘을 주지 않아도 의미가 전달됐으면 했다. 각자의 기준으로 가라는 메시지가 좋았다. 나의 스텝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니 관객분들도 각자의 마음으로 받아들이셨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염혜란은 이번 작품을 통해 세대 간의 갈등, 다른 사고방식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항상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해온 게 누군가에게 불편함이 될 수 있겠단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열심히 하는 게 최고의 미덕이라고 생각했다. 방식은 다를 수 있구나 최선을 다하는 게 나와 방식이 다르고 모양이 다를 수 있구나를 느꼈다. 다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이고 모양이 다른데 강요하진 않았나,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지 않았나 그 생각을 하게 됐다. 열심히 하는 것만 미덕이었다고 생각했던 것을 다르게 보게 됐다"고 솔직히 말했다.
딸 해리(아린)에게 '자신의 정답'을 강요해 갈등이 생기는 장면에 대해서도 "'내가 먼저 겪어본 사람으로서 뭐가 그렇게 잘 못 됐냐'라는 국희의 대사가 이해가 됐지만, 딸로서는 싫은 지점 아니냐. 온전한 존재로 봐주는 게 자녀가 행복한 길 아닐까"라고 털어놨다. "솔직히 '뭐가 그렇게 힘드냐'는 생각을 했어요. 저도 나이가 있어 꼰대 같은 말을 하기도 하죠. 차마 말은 못 하지만 객관적으로 보려 노력합니다. 한 번에 바뀔 순 없겠지만, 알아차리면 성공 아닐까요".
염혜란은 어떤 캐릭터든 자신만의 온기를 불어넣어 살아 숨 쉬게 하는 배우다. '매드 댄스 오피스' 역시 누군가의 상사, 엄마 같은 모습으로 공감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그는 "평범함인 것 같다. 어떤 배우를 보면 저렇겐 못 되겠다 싶지 않냐. 그런데 염혜란처럼은 될 것 같기도 한가보다. 문턱이 낮은 평범함이 공감력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라며 "우리 엄마 같기도 하고, 내 주변에 있는 사람 같기도 한 느낌말이다. 저런 시행착오를 같이 겪어오지 않았을까 싶은 느낌이 있지 않냐"라고 밝혔다.
그는 "모두 자신만의 플라멩코를 가지셨으면 좋겠다. 더 건강해지고, 자신만의 행복을 찾는 일이 사람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 같다. 단순하고 정직한 즐거움이 저한테 없더라. 저도 지금 찾아가는 과정이다"라고 말하며 미소 지었다.
"느끼는 위로들이 있는 것 같아서 일단 오시면 만족은 하실 것이니 가볍게 찾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위로받지 않으실까 싶습니다".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가장 가까이 만나는, 가장 FunFun 한 뉴스 ⓒ 스포츠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