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군사력이 아니다” 한국에게 좌절한 세계 최강으로 불린다는 ‘이 군대’
||2026.04.12
||2026.04.12
상륙작전은 병력이 바다에서 해안으로 넘어오는 짧은 구간에 모든 위험이 집중된다. 해안포와 대전차 무기, 기관총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이 ‘죽음의 구간’을 어떻게 줄이느냐가 상륙 성공의 관건이었고, 한국 해병대 역시 그 틀 안에서 작전을 준비해 왔다. 그런데 마린온 기반 상륙공격헬기(MAH)의 등장은, 병력이 모래사장에 닿기 전에 공중 화력으로 해안 방어선을 먼저 부숴 버리는 방향으로 교리를 뒤집고 있다. 이제 상륙부대는 “살아남기 위해 버티는 부대”가 아니라, 이미 정리된 공간으로 기동 투입되는 부대로 재정의되는 중이다.
MAH는 외형만 보면 마린온 수송헬기를 닮았지만, 무장과 임무는 사실상 전용 공격헬기에 가깝다. 기수·측면 포탑에 장착된 20mm 기관포와 7.62mm 기관총은 해안가 보병·진지를 빠르게 제압하고, 70mm 유도로켓(APKWS 계열)과 공대지 미사일(천검)은 숨어 있는 대전차진지·방공화력을 정밀 타격하도록 설계됐다. 국방부는 향후 공대공 미사일(미스트랄3 계열)까지 통합해 저고도 헬기·무인기 위협에도 대응하는 다목적 상륙제압 플랫폼으로 운용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단순 ‘화력 지원용 헬기’가 아니라, 상륙 해안을 입체적으로 통제하는 공중 전투 자산인 셈이다.
2024~2025년 진행된 시험에서 MAH는 주·야간·악천후 조건에서 기관포·무유도 로켓·APKWS 유도로켓 실사격을 모두 성공시키며 기대 이상 성능을 입증했다. 특히 2.75인치 유도로켓과 천검 공대지 유도탄 사격에서 ‘명중률 100%’를 기록해, 해상·지상 이동표적을 동시에 상대하는 상륙 지원 능력을 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방위사업청과 해병대는 2026년 8월 체계개발을 완료하고, 2027년부터 양산에 들어가 2031년까지 24대 도입·1개 비행대대 편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전력이 완편되면 서북도서와 동·서해 접적 해역에서 상륙작전의 전장 구도가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미 해병대는 베트남전 이후, 수송헬기를 중무장 ‘건십’으로 굴리는 개념을 안전성·효율성 문제로 점차 줄였다. 대신 전용 공격헬기(AH‑1, AH‑64)와 대형 수송헬기를 역할 분담시키는 방향으로 교리를 정리했다. 한국형 상륙공격헬기는 이와는 다른 길을 택했다. 이미 해병대가 대량 운용 중인 마린온을 기반으로, 상륙기동헬기(MUH‑1)는 병력 투입, 상륙공격헬기(MAH)는 엄호·제압을 맡는 ‘쌍둥이 플랫폼’ 구조를 만든 것이다. 대형 항모전단 없이도, 상륙함(천자봉함·마라도함)에서 발진한 헬기 전력만으로 해안 제압·기동·후속 화력 지원을 하나의 체계로 묶은 모델이어서, 자원 제약이 큰 국가들에겐 꽤 매력적인 레퍼런스가 된다.
해병대는 이미 공식 문서에서 ‘입체고속상륙작전’과 ‘공지기동형 부대’라는 개념을 내세우고 있다. 대형수송함에서 출발한 KAAV-II 상륙장갑차는 파도를 가르며 해안으로 돌진하고, 마린온은 내륙 깊숙한 거점을 향해 병력을 공중 투입한다. 이 모든 과정 위에서 MAH가 기관포·유도탄으로 해안·내륙 방어선을 끊임없이 두드리며, 무인정찰기·드론이 전장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구조다. 과거처럼 “해안선에 병력이 줄지어 내리는 그림”이 아니라, 해상·공중·지상이 동시에 움직이며 적이 대응하기도 전에 요지를 장악하는 속도전으로 상륙 개념이 바뀌는 과정이다.
MAH에는 최신 항전장비와 자동 표적탐지·추적 체계가 적용돼, 조종사가 직접 조준하지 않아도 센서가 표적을 분류·표시하고, 헬기가 교전 결심을 지원하는 수준까지 올라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육군이 이미 AI 기반 대포병탐지레이더 표적 분류 시스템을 자체 개발해, 실제 포탄에 대한 탐지율 100%와 허상표적 대폭 감소를 입증한 사례를 보면, 이런 AI·자동화 기술은 곧 헬기·무인체계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조종사가 육안과 경험으로만 싸우던” 시대에서, 센서·AI·네트워크가 전장을 먼저 읽어주고 사람은 결심에 집중하는 시대로 넘어가는 전환점이 바로 이런 상륙공격헬기에서 먼저 구현되고 있는 셈이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한국 해병대는 상륙장갑차와 곡사포, 소수의 수송헬기에 의존하는 ‘전통형 상륙군’에 가까웠다. 지금은 MAH·마린온·차세대 KAAV-II·무인정찰기까지 갖춘 공지기동형 부대로 변신 중이고, 그 변화는 단순 전력 증강을 넘어 상륙전의 사고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세계 최강 상륙전력을 자부해온 미 해병대조차 한국 해병대의 상륙공격헬기와 입체고속상륙 개념을 주목하는 이유는, 장비의 스펙보다 “위험을 줄이는 방식으로 전투를 재설계했다”는 그 발상의 차이에 있다. 이제 상륙은 더 이상 ‘죽음의 구간을 통과하는 작전’이 아니라, 전장을 미리 공중에서 정리한 뒤 필요한 순간에 병력을 꽂아 넣는 작전이 되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