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참여하면 “하루아침에 전쟁을 종결시킨다는” 미국 전설 부대
||2026.04.16
||2026.04.16
11th MEU는 해병대 약 2,200명, 전차·장갑차·포병·공병·정찰대대를 묶은 지상전투부대, AV‑8B/F‑35B·공격헬기·수송헬기를 갖춘 항공대, 상륙정·오스프리까지 포함한 상륙지원대로 구성된다. 이 전력을 실어 나르는 복서 상륙준비단(Boxer ARG)은 강습상륙함 LHD‑4 복서, 도크형 상륙수송함 LPD, 상륙함 LSD로 짜여, 항모·강습함·수송선 기능을 동시에 수행한다. 공중·해상·수중 타격에 이어 해병이 직접 상륙해 항만·섬·해협을 장악할 수 있기 때문에, 단기간에 특정 지역을 “미군 작전구역”으로 바꿔 버리는 능력이 있다.
이란과의 전쟁 시 서방 군사분석가들이 가장 먼저 떠올린 작전이, 이란 석유 수출의 관문인 하르그 섬(혹은 호르무즈 부근 섬들)을 점령하는 시나리오다. 복서 ARG와 11th MEU는 MV‑22 오스프리·헬기·상륙정을 동원해 수백~수천 명의 해병을 단번에 상륙시키고, 해안·항만시설·유류 저장소·방공·대함포대를 순식간에 무력화할 수 있는 구조다. 하르그 섬이나 전략 항만을 장악하면 이란의 원유·가스 수출이 사실상 멈추기 때문에, “이 부대가 투입되는 순간 전쟁이 하루 만에 끝날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이란으로선 군사적으로 맞붙기 전에 경제·정치적으로 숨이 먼저 막히는 상황이 된다.
3월 18일 샌디에이고를 출항한 복서 ARG/11th MEU는 11일이 걸려 하와이에 도착했고, 평균 8~9노트대의 저속으로 항해했다. 진짜 긴급 투입이라면 15~20노트로 달렸을 거리를 일부러 ‘느리게’ 움직인 셈이다. 진주만에서 3일간 머문 뒤 다시 출항했지만, 하와이–호르무즈 해협 사이 약 9,500해리를 감안하면 아무리 서둘러도 4월 말 이후에야 도착할 수 있다.
여기에 미 전쟁권한법(War Powers Act) 60일 시한을 대입하면 그림이 선명해진다. 이란전이 2월 28일 시작된 만큼, 의회 승인 없는 단독 군사 행동은 4월 말이면 법적 한계에 부딪힌다. 복서 ARG가 호르무즈 인근에 도착해 본격 상륙작전을 준비하기도 전에, 트럼프 행정부의 독자 군사권 행사 시한이 끝나는 구조다. “2~3주 내 종결”이라는 트럼프의 발언도 이 시한 안에 항공·미사일 중심의 공중전만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계산 위에서 나온 말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복서 ARG의 움직임은, 실제 상륙전을 염두에 둔 긴급 투입이라기보다 “우리는 언제든 상륙전까지 할 수 있다”는 압박을 보여 주는 인지·심리전 수단에 가깝다. 서방 언론에 “이란 근처로 향하는 상륙함 전단, 해병 수천 명 탑승”이라는 뉴스가 반복되는 것만으로도, 이란과 주변국·국제 유가 시장에 주는 압박 효과는 상당하다. 하지만 실제로 전설의 부대를 투입해 지상 점령전에 들어가면, 미군도 보급·치안·확전 리스크에 빠질 수 있다는 걸 베트남·이라크·아프간에서 이미 경험했다는 점이 이번 움직임의 배경에 깔려 있다.
11th MEU와 같은 해병원정대는 지금도 미 해군·해병대 교리에서 “위기 발생 시 첫 주에 들어가는 전개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실질적으로 이란이 하르그 섬·호르무즈 봉쇄를 감행하거나, 미군·동맹 기지에 대규모 지상 피해를 주는 수준으로 확전한다면, 복서 ARG 같은 상륙전력이 ‘전쟁 종결 카드’로 투입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이번 전쟁에서 미국이 보여주는 태도는, 그 전설적인 능력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보여줄 만큼만 보여주고, 실제 쓸 일은 만들지 않으려는” 계산이다. 전설의 부대가 강력할수록, 정치 지도자 입장에선 더 신중하게 꺼내 들 수밖에 없다는 점이 이란전에서 다시 확인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