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정예원 기자] 배우 길해연이 '신이랑 법률사무소'에서 폭발적인 감정 연기와 깊이 있는 내공으로 시청자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길해연은 최근 방송된 SBS 금토드라마 '신이랑 법률사무소' 속 에피소드의 핵심 인물 채정희로 활약하며 드라마틱한 서사를 완성했다. 그는 앞선 첫 회에서 채소를 판매하는 인물로 등장해 궁금증을 자아냈던 바,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비극적 서사를 그린 밀도 높은 감정 연기로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채정희는 수제화 브랜드 '이상제화'를 일궈낸 주역이었다. 하지만 가죽 염색에 뛰어난 기술을 가진 동료 려선화(배여울)가 자신 때문에 간첩으로 몰려 억울하게 세상을 떠났다고 생각, 평생 죄책감 속에 살아왔다. 그는 선화의 아들을 찾은 후 재산의 일부를 환원하고자 남편의 유언장 집행을 요청했으나, 재판 과정에서 해당 유언장이 치매에 걸린 남편에게 본인이 받아 적게 한 위조물임이 드러나 위기에 봉착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50년 전 선화를 신고한 장본인이 정희라는 사실까지 폭로됐다.
이 같은 절망적인 상황, 길해연은 죄책감과 간절함이 뒤섞인 인물의 복잡한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특히 1970년대 만리동 수제화 거리의 디자이너였던 그가 짝사랑하던 강동식과 선화의 사이를 알게된 후 술김에 내뱉은 말이 비극의 시작이었다는 고백은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길해연은 한 번의 실수가 동료의 인생을 앗아갔다는 '마음의 감옥'을 처연한 눈빛과 표정으로 표현했다.
연기력이 폭발한 부분은 북한 땅이 내려다보이는 산중턱 묘지 앞, "미안해 언니…너무 늦었지만 이제라도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어"라며 빨간 구두를 내려놓고 오열하는 장면이었다. 돌무덤을 어루만지며 쏟아낸 회한의 눈물은 시대의 아픔과 엇갈린 사랑에 아파했던 한 인물의 일생을 함축적으로 보여줬다.
정희의 속죄는 결국 신이랑(유연석)과 한나현(이솜) 변호사를 움직였다. 특히 죽은 줄 알았던 선화로부터 온 듯한 쪽지가 결정적 힌트로 작용해 마침내 행방이 묘연했던 선화(김효진)와 극적으로 재회했다.
길해연은 평생의 오해를 풀고 참회의 눈물을 쏟아내는 열연으로 화면을 장악했다. 질투와 오해로 시작된 50년의 해묵은 짐을 내려놓고 안도하는 그의 표정 연기는 베테랑 배우의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또한 아내 정희의 참회를 지켜본 남편 강동식(이덕화)의 영혼이 평온하게 떠나는 엔딩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이처럼 길해연은 굴곡진 삶의 궤적을 그간 쌓아온 내공으로 소화하며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신이랑 법률사무소'를 통해 명품 연기의 정수를 보여준 길해연의 차기작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스포츠투데이 정예원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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