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렸다더니 또 막혔다” 개방돼도 정상화되는데 수개월 걸린다는 이 지역
||2026.04.20
||2026.04.20
18일 이란 합동군사령부가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를 공식 선언하자, 페르시아만에서 출항해 해협으로 향하던 상선·유조선들이 줄줄이 회항하기 시작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프랑스 선사가 운항하는 컨테이너선 4척과 유조선 9척이 해협 인근까지 접근했다가 이란 측 무전과 경고를 듣고 다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전날 이란 외무장관이 “레바논 휴전과 연계해 상선 통과를 허용하겠다”고 개방을 선언한 직후였기에, 선사·해운업계의 혼란은 더 컸다.
영국해사무역기구(UKMTO)는 같은 날 인도 선적 초대형 유조선 ‘산마르 헤럴드(Sanmar Herald)’와 몰타 선적 유조선 ‘마인 쉬프 4’호, 선적 미상의 컨테이너선 한 척이 호르무즈 인근에서 공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컨테이너선은 정체불명의 발사체에 맞아 일부 컨테이너가 손상됐으며, 산마르 헤럴드호는 이란 혁명수비대 해군(‘세파 네이비’)을 연호하며 “통과 허가를 받았는데 공격을 받고 있다, 회항하게 해 달라”고 호소하는 교신 내용이 소셜미디어에 퍼졌다. 인명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지만, 인도 정부는 즉각 이란 대사를 초치해 “심각한 사건”이라며 상선·선원의 안전을 보장하라고 항의했다.
재봉쇄 하루 전날, 이란이 ‘조건부 개방’을 시사한 뒤에도 대부분 선박은 관망하며 입구 인근에서 대기했다. 이 와중에 최소 12척이 이란이 지정한 라라크섬 인근 항로를 따라 해협을 통과하는 데 성공했는데, 탱커트래커스·케플러 등 선박 추적 업체 분석에 따르면 이 중 적어도 절반은 이란 관련 화물을 실은 유조선·운반선이었다. 르몽드는 케플러를 인용해, 유조선 1척, LPG 운반선 4척, 원유·화학제품 운반선 2척, 석유제품 운반선 1척, 승객 없는 크루즈선 1척 등이 그날 해협을 빠져나갔다고 전했다. 같은 시각 10척이 넘는 선박이 해협 안팎에 있었지만, 최소 2척은 아예 통과를 포기하고 회항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제해사기구(IMO) 아르세니오 도밍게스 사무총장은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이 전면 개방되더라도 선박들의 항행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수주에서 최대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안전 확보 직후 우선 과제로 “해협 안쪽에 갇혀 있는 선박 약 2,000척과 선원 2만 명을 단계적으로 대피시킨 뒤에야 정상적인 무역 재개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란이 봉쇄 기간 중 설치했을 가능성이 있는 기뢰를 탐지·제거하는 작업과, IMO가 정한 ‘분리항로(separation scheme)’를 다시 적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호르무즈가 “열렸다–닫혔다”를 반복하는 동안, 단순 항로 차단을 넘어 신뢰와 보험의 문제가 심각해졌다고 말한다. 해운사 입장에선
지금 이 순간에도 호르무즈 해협 안쪽과 페르시아만에는 출항·입항을 미루거나, 머물다 기회를 엿보는 선박이 수천 척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는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가는 ‘초대형 우회’를 택했고, 일부는 한국처럼 홍해·지중해를 활용한 우회 수송을 시작했다. 그러나 중동产 원유·가스의 상당 부분이 여전히 호르무즈를 경유해야 하는 구조라, 해협이 막힐 때마다 글로벌 에너지·물류 시장은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도밍게스 총장이 “정상적인 무역 재개는 선박·선원 대피와 기뢰 제거 이후에야 가능하다”고 선을 그은 이유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량의 약 20%가 지나가는 ‘원유 목줄’이자, 이란–미국–걸프 국가 간 힘겨루기의 상징이다. 이번 사태는 단지 선박 몇 척의 회항이 아니라,
결국 “한 번 열었다고 해서 곧바로 예전처럼 돌아갈 수 없는” 곳이 바로 호르무즈 해협이다. 개방 선언은 버튼 하나면 되지만, 수천 척의 선박과 수만 명의 선원, 그리고 기뢰·군사적 긴장이 만들어낸 불신을 걷어내는 데는 훨씬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의 재봉쇄는, 이 좁은 해협이 얼마나 쉽게 전 세계 물류의 병목이 될 수 있는지를 다시 한 번 드러낸 사례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