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정예원 기자] 세상을 떠난 배우 고(故) 이순재의 철저했던 자기관리가 재조명된다.
오는 12일 방송되는 KBS2 '셀럽병사의 비밀'에서는 평생 무대를 지켜온 고 이순재의 삶과 연기 인생을 집중 조명한다. 70년에 걸친 연기 활동을 이어온 그의 뜨거운 열정과,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투병 비하인드가 시청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지난해 1월, 이순재는 데뷔 이후 처음으로 'KBS 연기대상' 대상을 품에 안았다. 공로상이 아닌 연기 자체로 인정받아 받은 첫 대상이었다. 건강 문제로 활동을 멈춘 지 약 3개월 만에 무대에 오른 그는 한층 야윈 모습으로 "오래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온다"고 담담하게 소감을 전했다. 이어 "신세 많이 졌다"는 마지막 인사와 함께 눈시울을 붉혀 깊은 울림을 남겼다. 방송에서는 그의 눈물에 담긴 진짜 의미와, 아흔이 넘은 나이에도 대본을 손에서 놓지 않았던 이유를 들여다본다.
특히 대상 수상의 배경이 된 KBS2 드라마 '개소리' 촬영 당시의 이야기도 공개된다. 오랜만에 맡은 주연작에 남다른 의욕을 보였지만, 고령으로 인한 어려움 역시 피할 수 없었다. 촬영 도중 백내장 진단을 받은 그는 곧바로 수술을 진행해야 했고, 제작진은 휴식을 권유했지만 "수십 명의 스태프에게 피해를 줄 수 없다"며 촬영 복귀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수술 후 약 보름 만에 현장으로 돌아온 그는 시야가 흐릿했고 청력 또한 크게 저하된 상태였다. 게다가 주요 촬영이 경남 거제에서 진행돼 장거리 이동까지 감당해야 했다. 앞도 잘 보이지 않고 소리도 제대로 들리지 않는 상황 속에서 그는 매니저가 읽어주는 대사를 귀로 익히며 끝까지 촬영을 마무리했다는 후문이다.
이날 방송에는 연극 앙리 할아버지와 나에서 호흡을 맞춘 박소담과, 오랜 시간 함께 작품 활동을 이어온 박해미가 출연해 이순재와 관련된 특별한 기억을 전한다. 박소담은 대본 리딩 당시 직접 목격한 이순재의 놀라운 암기력과 성실함에 대해 이야기하며 감탄을 전했다. 후배 배우들에 따르면 그는 누구보다 먼저 촬영장에 도착했고, NG를 내는 경우도 거의 없었다고 한다.
그의 철저한 자기관리 비결도 함께 소개된다. 이순재는 평소 미국 대통령과 영국 총리의 이름을 반복해 외우며 꾸준히 기억력을 단련해왔고, 술과 담배를 멀리하는 생활 습관으로 체력을 유지했다. 이에 애주가로 알려진 이찬원은 "저는 그래도 담배는 안 피운다"고 농담해 현장을 웃음 짓게 만들었다.
또한 이낙준 전문의는 반복적인 암기 습관이 실제로 뇌 기능 유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하며, 금주와 금연 역시 기억력 관리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오랜 세월 현역 배우로 활동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결국 꾸준한 자기관리와 끊임없는 노력에 있었다는 것이다.
이순재의 마지막 무대는 여든아홉 살에 오른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였다. 공연을 이어가던 그는 어느 날 무대가 끝나자마자 병원으로 향했고, 폐렴 진단을 받았다. 길어진 입원 생활 중 그의 병실에서는 예상치 못한 소리가 들려와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고 한다. 생의 끝자락까지도 배우로 남고자 했던 이순재의 진심 어린 이야기는 12일 저녁 8시 30분 방송되는 '셀럽병사의 비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스포츠투데이 정예원 기자 ent@stoo.com] 「가장 가까이 만나는, 가장 FunFun 한 뉴스 ⓒ 스포츠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