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 비리 저지른 연예인에 국회의원들이 긴급 입영 연기 요청 ‘논란’
||2026.06.08
||2026.06.08
거칠 것 없던 톱스타의 기세가 한순간에 꺾인 건 2004년 가을이었다. 당시 대한민국 사회 전체를 뒤흔들었던 ‘연예계 병역 비리 사건’의 중심에 배우 송승헌의 이름이 올랐기 때문이다.
당시 송승헌은 장혁, 한재석 등과 함께 브로커에게 거액을 건네고 소변 검사를 조작해 ‘사구체신염’ 판정을 받아 병역을 면탈한 사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대중의 사랑을 받던 톱스타의 치밀한 범법 행위에 엄청난 국민적 공분이 일었다. 심지어 이들은 공소시효 만료로 인해 형사 처벌마저 피했고, 단지 재신체검사를 거쳐 현역으로 군 복무를 다시 하는 선에서 사건이 마무리될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대중을 더욱 경악하게 만든 것은 지금으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정치권의 이례적인 개입이었다.
우상호 의원 등 국회 문화관광위 소속 열린우리당 의원 5명과 이미경 문광위원장은 송승헌이 드라마 ‘슬픈 연가’에 출연할 수 있도록 입영을 연기해 달라는 협조 공문을 병무청에 보냈다.
이들은 “한류 열풍 확산과 국익을 위해 약간의 융통성을 발휘해 달라”며, 명백한 병역 기피자에게 단지 ‘한류 스타’라는 이유만으로 특혜를 요구했다.
이 같은 황당한 구명 운동에 누리꾼들은 폭발했다. 병무청과 해당 의원들의 홈페이지에는 항의 글이 폭주해 일부 서버가 다운되기까지 했다.
누리꾼들은 “그런 생각이 군대를 바보나 가는 곳으로 만든다”, “대다수 국민이 느끼는 실망감과 배신감은 안중에도 없느냐”며 맹비난을 쏟아냈다. 거센 비판 여론 속에 병무청 역시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병무청은 “현행 병역법상 불법으로 병역을 면제받은 사람에겐 일체의 연기나 감면 혜택을 줄 수 없다”며 ‘예외 불가’ 원칙을 명확히 밝혔다.
결국 정치권의 어처구니없는 감싸기 시도는 악화된 여론과 공정한 원칙 앞에 무산되었고, 송승헌은 대국민 사과 후 그해 11월 현역으로 입대해야만 했다.
형사 처벌도 받지 않은 병역 비리 연예인을 위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이 직접 나서서 입영 연기까지 청원했던 2004년의 이 사건은, 한국 연예계와 정치권의 씁쓸한 민낯을 보여주는 흑역사로 남아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