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망받던 유명 성우가 결혼하자고 기차역 앞에서 명함 돌리는 이유
||2026.06.25
||2026.06.25
과거 경기도 남양주의 한 전철역 앞 광장에는 매일같이 나타나 남성들에게 의문의 명함을 건네는 여자가 있었다. 명함에는 ‘친구해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어 조건 만남이나 공개 구혼 등의 무성한 소문을 낳았다.
당시 여자는 MBN 프로그램 ‘현장르포 특종세상’ 취재진에게 자신이 결혼할 남자를 찾기 위해 마음에 드는 이들에게 직접 명함을 돌려왔다고 털어놓았다.
한 달에 200만 원 정도를 벌며 책임감 있게 가정을 꾸릴 이상형을 찾는 것이 그녀의 소망이었다.
하지만 여자의 기이한 행동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전철에 오른 그녀는 승객들의 시선을 가로막으며 막무가내로 종이를 들이밀었다.
사람들의 눈총 속에서도 꿋꿋하게 구걸을 이어가며 잔돈까지 거슬러 주기도 했다.
구걸로 모은 돈을 능숙하게 은행 계좌에 입금한 여자는 이후 대형 마트로 향했다. 그녀는 유기농 쌀과 채소는 물론, 값비싼 한우 꽃등심까지 주저 없이 구매했다. 생계를 위한 구걸이라기엔 지나치게 큰 씀씀이였다.
마치 사치를 위해 구걸하는 듯 보였던 여자의 과거는 놀랍게도 화려했다. 주민들의 소문대로 그녀는 과거 방송사에서 촉망받던 전직 공채 성우였다. 빼어난 미모와 연기력으로 활발하게 활동했던 기록이 남아 있었다.
탄탄대로를 걷던 그녀가 거리로 나앉게 된 배경에는 깊은 마음의 병이 있었다.
어릴 적 가난과 가정불화로 상처를 안고 자란 그녀는 홀로 학비를 벌며 가장 역할을 해왔으나, 결국 정신질환을 얻어 직장을 잃었다.
30대 초반부터 시작된 정신과 치료와 15번에 걸친 강제 입원 속에서 그녀의 삶은 피폐해졌다. 당시 장애인 복지 카드를 소지한 상태였던 그녀는 여전히 과거 성우 시절의 대사들을 생생하게 기억하며 중얼거리곤 했다.
반전은 또 있었다. 그녀가 구걸을 하며 모은 돈으로 산 비싼 식재료들은 자신을 위한 사치가 아니었다.
집에는 뇌종양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인 70대 노모와 이제 겨우 일곱 살이 된 어린 아들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아픈 어머니와 보살핌이 필요한 아들을 위해 여자는 매일 거리로 나섰던 것이다. 비록 방식은 잘못되었을지라도, 가족을 먹여 살리고 건강을 유지하려는 책임감만큼은 누구보다 필사적이었다.
당시 여자는 지하철 구걸을 끝내기 위해 식당이나 약국을 돌며 아르바이트를 구하려 노력하고 있었다. 비록 사회의 차가운 시선과 편견에 부딪혀 번번이 좌절했지만, 아이에게 당당하고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함이었다.
취재진의 격려 속에 여자는 약 20년 만에 다시 한번 방송 녹음실 마이크 앞에 섰다. 오랜만의 더빙 작업에 손을 가볍게 떨기도 했지만, 원고를 받아 든 그녀의 눈빛에는 과거의 열정과 진지함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아픈 어머니와 어린 아들을 위해 다시 세상 밖으로 걸어 나오려던 엄마의 도전은 많은 이들에게 뭉클함을 안겼다. 위태로운 날들을 지나 당당한 사회인으로 복귀하려 애쓰던 그녀의 앞날에 따뜻한 응원이 이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