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대통령의 차를 앞질러 버린 연예인의 차와 최후
||2026.07.08
||2026.07.08
1960년대 충무로를 주름잡던 스타 고(故) 신성일 씨에게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뜨거운 열정의 대상이었다.
그의 유별난 차량 잔혹사는 한 영화 촬영 현장에서 우연히 만난 스포츠카에서 비롯됐다.
운전석에 앉아 속도감을 체감한 그는 그 길로 자동차 마니아가 되었고, 이후 지프를 비롯한 다양한 차종을 몰아붙이며 연예계 소문난 스피드광으로 거듭났다.
그런 그가 평생의 ‘원픽’을 만난 것은 1968년, 서울 극장가에서 할리우드 액션작 ‘블리트’를 관람하면서다.
스크린 속에서 스티브 매퀸이 거침없이 몰던 포드 머스탱의 압도적인 배기음과 세련된 바디라인은 그의 마음을 단번에 빼앗았다.
저 차량만큼은 반드시 한국 땅에서 직접 몰아보겠다는 강한 집념이 싹튼 순간이었다. 당시 분위기상 수입차를 손에 넣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다.
과소비를 단속하던 정부 정책 탓에 엄격한 규제가 적용됐고, 무엇보다 수출 실적이 있는 기업들에만 배정되던 무역 쿼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열정을 꺾을 순 없었다. 신 씨는 백방으로 수소문한 끝에 한 기업이 보유했던 수입 쿼터를 사들이는 승부수를 던졌고, 마침내 1969년식 머스탱의 열쇠를 거머쥐었다.
그가 확보한 차량은 무려 8기통 7,000㏄ 급에 375마력이라는 괴물 같은 스펙을 자랑했으며, 최고 시속은 190㎞에 달했다.
구매 비용으로 지불한 640만 원은 당시 그가 살던 주택 시세(240만 원)의 두 배를 훌쩍 넘는 상상 초월의 거액이었다.
이 전설적인 차량이 역사적 사건의 한 페이지에 등장한 것은 1970년 7월 7일, 경부고속도로가 전 구간 개통되던 날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이 부산에서 개통식을 마치고 서울로 상행 시주를 시작했다는 통보를 받자, 그의 내면에 기묘한 대결 심리가 타 올랐다.
즉시 서울 톨게이트에서 질주를 시작한 신 씨는 풀 액셀러레이터로 고속도로를 갈랐다. 추풍령을 지나 약 19분간 더 질주했을 무렵, 헤드라이트를 번쩍이며 다가오는 삼엄한 경호 차량 행렬과 마주쳤고, 최고 권력자의 행렬을 앞질렀다는 짜릿한 승리감에 도취했다.
진짜 위기는 며칠 뒤 찾아왔다. 평소 친분이 깊었던 박종규 경호실장으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뒷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삼엄한 행렬을 비웃듯 스쳐 지나간 붉은색 머스탱에 격노한 박 대통령이 “저 무례한 자를 즉각 체포하라”며 크게 호령했다는 후문이었다.
당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간판스타였기에 극적으로 훈방 조치 조율이 이뤄졌으나, 하마터면 큰 화를 입을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