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크라켄’이 실제로 살았다? 1억 년 전 바다를 지배한 19m 거대 문어의 진실
||2026.09.01
||2026.09.01

전설 속 바다 괴수 '크라켄'이 실제로 존재했다면 어땠을까요. 공룡이나 거대 상어가 바다를 주름잡던 백악기 시대에 거대한 문어가 바다의 포식자로 군림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끕니다.
일본 홋카이도 대학 연구팀은 AI 분석 기술을 활용해 약 1억 년 전 백악기 바다에 살았던 거대 고대 문어의 실체를 밝혀냈습니다.
몸길이가 최대 19m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 생물은 지구 역사상 가장 큰 무척추동물 반열에 오를 만한 크기입니다.
◆ 모사사우루스보다 길었던 19m 거대 문어
흔히 알려진 대왕오징어의 최대 길이가 약 12m, 백악기 바다의 지배자로 불리던 파충류 모사사우루스가 약 17m 수준입니다. 이번에 밝혀진 고대 문어는 최대 19m에 이르러 이들을 넘어서는 덩치를 자랑합니다.
문어는 뼈나 딱딱한 껍데기가 없는 무척추동물이라 사후에 형체가 쉽게 부패합니다. 이 때문에 고대 문어의 진화 과정은 오랫동안 베일에 싸여 있었습니다. 연구팀은 암석 속에 화석으로 잘 남는 문어의 '부리(부속 턱)' 화석에 주목했습니다.
최첨단 AI 3D 디지털 분석 기술로 암석 내부를 스캔해 홋카이도와 캐나다 밴쿠버섬 등지에서 발견된 화석 27점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약 1억 년 전, 기존 기록보다 500만 년이나 앞선 가장 오래된 거대 문어의 존재를 확인했습니다.

◆ 딱딱한 껍데기와 뼈까지 부수던 강력한 턱
이 거대 문어는 단순히 몸집만 컸던 게 아닙니다. AI로 가시화한 턱 화석 표면에는 깊은 패임과 긁힌 자국, 균열 등 격렬한 포식 활동의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성체 문어의 경우 턱 끝부분의 10% 가까이가 마모되어 있을 정도였습니다.
당시 바다에 살던 암모나이트나 딱딱한 껍데기를 가진 조개, 단단한 뼈를 가진 물고기들을 강력한 턱 힘으로 부숴 먹었다는 의미입니다.
백악기 바다의 먹이사슬 최상위층이 거대 파충류나 상어 같은 척추동물만의 전유물은 아니었던 셈입니다.
◆ 화석 턱에 남은 뜻밖의 흔적, 1억 년 전 문어의 지능
흥미로운 사실은 턱의 왼쪽과 오른쪽 마모 정도가 서로 크게 달랐다는 점입니다. 문어가 먹이를 씹을 때 어느 한쪽 턱을 더 자주 사용했다는 뜻으로, 사람의 '손잡이' 습성과 같은 측성화(Lateralization) 현상을 보여줍니다.
동물학에서 측성화는 높은 신경 처리 능력, 즉 고차원적인 지능과 연관이 깊습니다.
현대의 문어가 도구를 사용하는 등 뛰어난 지능을 가진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1억 년 전 문어 조상 역시 이미 복잡한 뇌 신경망과 행동 방식을 갖추고 있었음을 시사합니다.

◆ 껍데기를 벗어던진 선택이 만든 진화
그렇다면 이 문어들은 어떻게 바다의 포식자로 자리 잡을 수 있었을까요. 연구팀은 강력한 턱과 유연한 몸체의 조합을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약 4억 년 전 척추동물 조상이 강력한 턱을 얻은 뒤 단단한 조직을 줄여가며 운동 능력을 높였던 것처럼, 문어의 조상 역시 약 1억 년 전 몸을 둘러싸고 있던 단단한 껍데기를 포기했습니다.
유연하고 기민한 몸을 얻은 문어는 바닷속을 자유롭게 누비며 막강한 포식자로 진화할 수 있었습니다. 백악기 바다를 누빈 이 거대 문어의 실체는 자연의 다양한 진화 방식을 다시금 보여줍니다.
